몇 년 전부터 바젤쇼는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. 하지만 위기를 맞기 전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 성사의 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.
앤트워프의 연마업체 타셰와 사미르 젬스는 2018년 3월 바젤쇼 쇼장에서놀라운 910캐럿, 타입 IIa의 레소토 레전드 다이아몬드를 전시했다. 다이아몬드는 쇼가 열리기 직전인 3월 초에 젬 다이아몬즈로부터 4000만 달러에 공동 구매한 것이었다.
당시는 그라프, 해리 윈스턴 등이 빅 스톤 시장을
점령하고 있을 때였다. 타셰와 사미르는 이처럼 거대한 원석이 바젤쇼에 전시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 엄청난
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.
텔아비브에서 근무 중인 타셰의 세일즈 부문장 장 자크 타셰는
“우리는 한두 업체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고 느꼈다. 그래서 이 다이아몬드를 바젤에 가져가야겠다고
생각했다. 원석을 보여주고 반응을 보자는 것이었다.”라고
말했다.
많은 사람들이 그 유명한 레소토 렛셍 광산에서 발견된 이 스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. 어떤 사람들은 스톤 연마시 나오는 부수적인 조각(5~20캐럿)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.
타셰는 “하지만 진짜 모험에 뛰어들려는 사람은 없었다.”라고 회상했다. 이 때 나타난 것이 리치몬드 그룹의 명품 주얼리
브랜드 반 클리프 앤 아펠이었다. 당시는 반 클리프가 빅 스톤 구매를 중단한지 몇 년 되던 때였다. “그들은 스톤을 보자마자 아이디어를 펼쳤다. 타이밍이 완벽했다. 반 클리프는 막 루비 컬렉션 제작을 마친 상황이어서 몇 년 동안 주력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있었다. 때로 일이 성사되려면 운이 필요하다.”라고 말했다.
반 클리프에서 구매를 담당 중이던 이 임원은 반 클리프의
CEO인 니콜라스 보스와 리치몬드 팀에게 승인을 요청했다.
바젤쇼가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타셰, 사미르와 반
클리프는 스톤의 연마 후 나석에 대한 매매 계약을 맺었다. 계약 조건은 연마 결과물이 반 클리프의 높은
품질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.
오랜 기다림
반 클리프가 주얼리 완성품들을 공개한 것은 그로부터 4년이
넘게 흐른 이달 초이다. 결과물은 67개의 D컬러 플로리스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‘미스터리 셋’ 주얼리 컬렉션 25점이다. 이
중 가장 큰 다이아몬드는 79.35캐럿으로, ‘아투르 미스터리외(불어로 신비한 장신구라는 뜻이다.)’로 명명된 목걸이에 세팅됐다. 가장 작은 스톤은 0.29캐럿이다.
나석의 매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.
타셰와 사미르 양사 모두 2018년에 이 원석을 사들이면서
큰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다. 젬 다이아몬즈는 사미르를 바이어로 발표했다. 보통 광산회사는 한 업체에만 영수증을 발행한다. 하지만 구매는 50대 50으로 이루어졌다. 양사는
오래 전부터 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. 이보다 몇 년 전 루카라 다이아몬드로부터 341.9캐럿의 퀸 오브 칼라하리 다이아몬드를 공동 구매한 적이 있다. 이
원석의 나석 결과물은 쇼파드가 구매했다.
사미르는 빅 사이즈 원석 구매 전문 업체이며, 타셰는
탑 주얼리 브랜드와의 협력에 능하다. 양사는 원석을 앤트워프의 연마업체 다이암캐드(Diamcad)에 맡겼다. 다이암캐드는 그라프의 ‘레세디 라 로나’ 연마를 담당했던 업체다. 나석은 뉴욕의 GIA로 보내 감정 후 모든 스톤이 ‘레소토 레전드’에서 연마됐다는 ‘다이아몬드
오리진 리포트’를 발급받았다.
2019년 1월~2020년 3월에 모든 스톤이 준비를 마쳤고, 반 클리프가 이를 배송 받았다.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컬렉션 런칭이 지연됐다. 반 클리프가
로드쇼 개최를 원했기 때문이다.
사이즈보다 퀄리티
연마 책임자들은 반 클리프가 계획과 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연마 과정에 참여하는 데 동의했다. 2019년에는 타셰와 사미르의 팀이 반 클리프의 CEO 보스와 함께
레소토로 날아가 렛셍 광산을 둘러보고 지역 사회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.
반 클리프는 플로리스 스톤만을 원했다. 때문에 사이즈보다는
퀄리티가 우선시됐다. 연마 계획에만 2018년의 7개월이 소요됐다. 연마 팀은 나석 결과물의 180개 조합을 검토했다. 이 중 못난 스톤이 포함된 조합은 하나도
없었다.
타셰는 “결과물이
67개가 아니라 12개가 될 수도 있었다. 하지만
그렇게 됐다면 연마 과정이 흥미롭지 못했을 것이다.”라고 말했다. 다른
방해물도 있었다.
반 클리프는 라운드와 하트 셰입 다이아몬드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. 또한 매칭되는 한 쌍을 원하기도 했다.
타셰는 “컬렉션 중
10~30캐럿의 스톤 거의 전부가 매칭되는 한 쌍이다.”라고 말했다. 앤트워프에 본사를 둔 사미르의 임원 안잘 반살리는 “100캐럿이
넘는 스톤으로 연마했다면 VS 등급으로 떨어졌을 것이다. 연마팀이 75캐럿에 달하는 스톤을 반으로 쪼개 매칭되는 두 개의 30캐럿 스톤으로
연마한 케이스도 있다.”라고 말했다.
빅 스톤의 인기
연마팀은 이 컬렉션이 빅 사이즈 다이아몬드 부문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. 타셰는 “우리의 목표는 시장에서 빅 스톤의 인지도를 높여 더 많은
업체들이 이 부문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. 우리의 사업은 쇼파드로 시작해서 반 클리프로 이어졌다.”라고 말했다. 바젤쇼가 다시 돌아오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. 하지만 적어도 레소토 레전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2018년의
바젤쇼가 가치 있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.
/ 라파포트 뉴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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